금성의 구름 아래
금성 표면의 대부분은 완만하게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는 평지와 저지대로 구성되며, 80퍼센트의 지역이 높이가 1킬로미터 미만이다. 고도가 2킬로미터 이상 올라가는 고지대는 20퍼센트에 불과하다.
이런 대지 위에는 금성에서 단연 가장 흔한 특징인 화산이 펼쳐져 있다. 이 행성에 여전히 화산 활동이 일어난다는 분명한 증거는 전혀 없지만, 그렇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며 매우 최근의 지질학적 과거에는 확실히 화산 활동의 흔적이 있다. 하와이 제도와 같은 대형 순상 화산과, 화산 돔, 광범위한 용암의 흐름 그리고 칼데라라고 하는 화산 분화구들이 있다. 칼데라는 지각 밑에 있는 마그마 방에 마그마(용융 상태의 바위)가 고갈되면서 위의 표면이 함몰되어 주저앉을 때 생긴다. 가장 흥미로운 화산 특징 가운데 하나는 지구상에서 찾아볼 수 없는 팬케이크 돔이다. 팬케이크 돔은 지각에서 용암이 흘러나와 굳어지고 냉각되면서 갈라진 것으로 상부 전체가 평평하고 원형으로 생긴 지형이다. 코로나 역시 화산의 특징이다. 코로나는 올라오고 있는 지하층의 마그마가 표면을 밀어 올렸지만 금이 가게만 했을 뿐 뚫고 나오지는 못한 지역이다. 이 지역들은 마치 물집처럼 보인다. 화산은 지구처럼 화산대에 집중되어 있지 않고 금성 곳곳에 있다. 이것은 금성의 표면이, 화산들이 판의 경계에 모여 있는 지구처럼 여러 개의 판으로 나누어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성의 지각은 판 운동과 유사한 측면 운동을 나타내는 분열과 신장의 증거를 보여 준다.
금성에서는 충돌 분화구도 발견된다. 그러나 그 수가 1000개도 되지 않아 수성만큼 흔하지 않다. 그 까닭은 금성의 표면이 지질학적으로 젊기 때문이다. 화산 활동은 초기의 운석구를 모두 파괴했다. 대폭격으로 만들어진 운석구는 지금까지 단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현재 존재하는 운석구는 금성 역사의 최근 10퍼센트 안에 형성되었다. 또한 이들 운석구는 대부분 매우 크다. 3킬로미터보다 작은 운석구는 하나도 없으며 25킬로미터보다 작은 것도 거의 없다. 이것은 바로 대기 때문이다. 대기가 너무 두꺼워서 아주 큰 운석을 제외하고는 모두 표면과 충돌하기 전에 완전히 파괴되거나 더 작은 조각으로 부서진 것이다.
금성의 진화
그렇다면 금성의 환경이 왜 그리 엄청나게 열악한 것인가? 금성의 물리적 크기와 질량 그리고 밀도는 지구와 아주 유사하다. 금성은 심지어 지구를 만든 것과 같은 태양 성운에서 형성되었다. 이런 까닭에 금성은 원래 오늘날보다 훨씬 더 많은 물을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계산에 따르면 금성에는 아마도 이 행성 전체에 25미터 깊이의 바다를 형성하기에 충분한 물이 있었을 수도 있다. 이 양은 지구의 물보다는 적지만 오늘날 금성에 남겨진 물의 양보다는 훨씬 더 많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금성은 지구보다 태양에 훨씬 더 가깝다. 금성이 우리가 오늘날 보는 지옥으로 진화한 까닭은 무엇보다도 바로 이런 태양 근접성 때문이다.
새로이 형성된 금성은 지구형 행성들과 마찬가지로 화산 활동이 매우 활발했다. 행성 전체에 걸친 화산 활동으로 엄청난 양의 수증기와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다른 가스들이 빠져나가 금성의 대기를 형성했다. 금성은 지구보다 태양에 훨씬 더 가깝기 때문에 너무 뜨거워서 물이 비로 내리거나 혹은 표면에 고여 있을 수 없었을 게 틀림없다. 그래서 금성은 큰 바다를 원래부터 가질 수 없었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금성이 보다 편안한 곳으로 진화하는 데 치명적인 문제가 되었다. 왜냐하면 이산화탄소는 액체 상태의 물에 녹기 때문이다. 지구는 물이 표면에 고일 수 있을 정도로 차가웠으므로 이 독가스가 우리의 바다에 녹아 대기에서 제거되었다. 그러나 금성에는 바다가 없었으므로 화산에서 빠져나온 이산화탄소를 대기로부터 제거할 수 없었다. 따라서 이 가스는 대기 속에 그대로 남아 금성의 열을 가두었고 행성이 점점 더 뜨거워지도록 하였다. 열은 다시 토양과 바위로부터 점점 더 많은 수증기와 이산화탄소를 끌어냈다. 태양의 치명적인 자외선은 수증기를 파괴시켰고(금성은 자외선 보호막인 오존층이 없다), 남겨진 이산화탄소가 누적되어 행성이 한층 더 뜨거워졌다. 이런 악순환은 통제 불능의 온실 효과로 알려져 있다. 지구는 행운아였다. 지구가 만약 태양에 단 5퍼센트만 더 가까웠더라면 역시 똑같은 길을 걸어갔을 것이다.
대기 외에는 금성의 초기 역사에 대해 알려진 게 거의 없다. 금성의 가장 오래된 충돌 운석구는 8억 년도 채 되지 않는다. 그리고 평균적으로 표면은 이보다 훨씬 더 젊은 3~5억 년의 나이를 갖는다. 지각은 수십억 년 전에 형성된 이후 행성 전체에 걸친 화산 활동으로 완전히 재생되었다. 그러나 과거에 대한 실마리의 부족에도 불구하고 이 행성 역사의 한 가지 특징은 확실해 보이며, 그 증거는 바로 이 행성의 기이하고 느린 자전을 설명해 준다. 금성은 매우 느긋하게 자전할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다른 행성들과 달리 거꾸로 돈다. 이런 상태가 어떻게 처음부터 자연적으로 일어날 수 있었는지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이 불행한 세계가 형성 초기에 상당한 크기의 거대한 미행성과 충돌해 거의 180도 뒤집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수성과 금성 모두 엄청난 충돌을 경험했다. 곧 몇 개의 다른 행성들 역시 우연한 우주 충돌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다음 장에서 알게 되겠지만 지구도 그러한 행성들 가운데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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