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 기원에 관한 이론들
태양계의 천체들은 모두 어디서 왔을까? 이것은 수천 년 동안 인류가 던져 왔던 물음이다. 가장 초기의 설명은 신화와 전설이거나, 종교적 논의에서 유래한 불합리한 이야기들이었다. 사실 과학자와 철학자들이 태양과 지구 그리고 다른 행성들이 실제로 어떻게 변화하고 움직이는지 살피고, 태양의 기원을 설명할 최초의 과학 이론들을 제안하기 시작한 것은 수세기밖에 되지 않는 아주 최근에 이르러서였다. 물론 위에 요약한 것과 같은 태양계의 특성들도 대부분 최근의 발견들이다. 예컨대 카이퍼 띠와 오르트 구름이 최초로 제안된 것은 20세기 중반이었다. 따라서 태양계의 형성을 이해하려는 가장 초기의 시도들이 많은 결함을 갖고 있었던 것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시도들은 우리가 태양계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했던 시기에 고안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금의 우리가 태양계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과거에 비해 더 많이 이해하고 있으며 물리학의 발전 또한 태양계에 대한 진리 탐구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태양계의 기원을 과학적 방법으로 공식화한 최초의 인물 가운데 하나는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르네 데카르트(1596년~1650년)였다. 데카르트는 아이작 뉴턴(1642년~1727년)보다 앞선 시대, 그러니까 중력이라는 개념이 나오기 이전 시대에 살았다. 따라서 데카르트는 물질이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신의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데카르트는 우주가 빙글빙글 도는 입자의 소용돌이로 가득 차 있다고 상상했으며, 1644년에는 태양과 행성들이 수축 과정에 있던 특별히 큰 소용돌이에서 응축되었다고 제안했다. 데카르트의 이론은 행성들의 광범위한 원 궤도 운동을 설명했으며, 흥미롭게도 그는 수축이라는 타당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물질이 데카르트가 생각했던 대로 행동하지 않으며 그의 이론이 관측 자료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 뒤 1745년에 조르주 루이 레클레르 콩트 드 뷔퐁(1707년~1788년)이라는 또 한 명의 프랑스 인이 대안을 제시했다. 뷔퐁은 대형 혜성 하나가 태양 옆으로 가까이 지나가면서 엄청난 양의 태양 물질을 우주 공간으로 끌어내었고, 그 물질로부터 행성들이 응축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그는 태양 자체의 형성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흥미롭게도 이 이론은 1900년에 두 천문학자가 태양이 커다란 혜성과 조우한 게 아니라 지나가는 별과 조우했다고 제안하면서 다시 거론되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생각은 모두 옳지 않다. 우선 태양에서 끌려나온 물질은 너무 뜨거워서 행성을 형성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평균적으로 별들은 수 킬로미터 간격으로 떨어져 있는 앵두 같아서 어떤 별이 또 다른 별 옆으로 지나갈 가능성은 사실 우리 은하의 역사 전체에 걸쳐서도 매우 매우 작다. 만약 이 아이디어가 옳다면, 태양계라는 것은 지극히 드물게 일어나는 운 좋은 우연의 산물이며, 우리 은하계에 있는 2000억 개의 항성 중에 불과 몇 개의 별에만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행성계는 예외적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통상적으로 쉽게 형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이론 역시 관측 자료와 배치된다.
태양계의 기원에 대해 현재에도 받아들여지는 이론은 1755년에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1724년~1804년)에 의해서 최초로 공식화하였다. 칸트는 태양과 행성들이 성간 물질 구름에서 발달한 엄청난 크기의 가스와 먼지 원반으로부터 응축했다고 믿었다. 그러나 칸트의 이론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으며, 54년 뒤 피에르 사이먼 라플라스 후작(1749년~1827년)이 독립적으로 동일한 아이디어를 제안한 뒤에야 비로소 그 내용이 주의를 끌게 되었다. 칸트와 라플라스가 데카르트가 실패했던 부분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두 사람의 이론이 뉴턴의 중력 개념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붕괴하는 성간구름이 회전 때문에 납작해진다고 생각했다. 태양은 중심에서 생기지만 행성들은 중심별이 흘린 동심원의 물질 고리로부터 응축해 원반의 훨씬 더 바깥쪽에서 형성된다는 것이다.
성운 가설은 많은 장점을 갖는다. 이 가설은 행성들이 모두 거의 원형에 가까운 정연한 궤도에서 동일한 방향으로 공전하며 자전하는, 태양 중심의 원반형 태양계를 생산한다. 이는 위에 언급한 1~6까지의 특성을 만족시킨다. 그러나 이 가설에는 태양을 너무 빨리 자전하게 한다는 한 가지 큰 문제가 있었다. 태양도 행성들과 마찬가지로 자전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며 그 주기는 약 30일이다. (사실 태양은 위도에 따라 다른 속도로 자전한다.) 그러나 성운 가설에 따르면 태양은 거의 400배나 더 빨리 자전해야 한다. 과학 용어로 말하자면 현재의 태양에는 원래의 각운동량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며, 이것은 각운동량의 문제로 알려져 있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현대 천문학자들은 성운 이론을 버리지 않았다. 천문학자들은 이 이론을 계속 다듬고 보완해서 더 느리게 자전하는 태양을 설명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나아가서 7에서 10까지의 특징도 충족시킬 수 있게 되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관측 기술이 발달하면서 우리은하에는 칸트와 라플라스의 이론에 따라 우리 태양계를 만든 바로 그런 종류의 천체, 즉 따뜻한 가스와 먼지로 이루어진 거대한 원시 행성 원반이 이주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태양계를 낳은 원시 행성 원반을 우리는 태양 성운이라 부른다.
하지만 태양 성운 모형은 여전히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천문학자들은 원시 행성 원반들을 발견했을 뿐 아니라 우리 태양계 너머에 있는 새로운 행성들, 즉 다른 별의 주위를 도는 행성들을 발견하고 있으며 이런 연구는 아주 놀라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외계 행성계의 수는 불과 5년 만에 영에서 수십 개로 늘어났다. 성운 모형의 문제는 이 이론이 태양계의 특성 대부분을 설명한다고 해도 새롭게 발견된 외계 행성계의 상세한 특성을 함께 설명하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이들 새로운 계 가운데 어떤 것들은 태양계 대부분의 행성들처럼 거의 원형에 가까운 궤도가 아니라 매우 일그러진 타원 궤도를 도는 매우 무거운 행성을 가진다. 그리고 또 어떤 별들은 중심별에 아주 가까운 무거운 행성을 갖고 있어서 종종 궤도 주기인 ‘년(year)' 이 지구의 며칠밖에 되지 않는다! 이러한 무거운 행성들은 아마도 목성과 토성처럼 가스체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행성들이 어떻게 항성에서 그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형성되었는지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거대한 행성들은 대개 우리의 태양계에서처럼 태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형성되는 것으로 믿어진다. 왜냐하면 이 거리 정도는 되어야 얼음이 응결할 수 있는 온도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안으로 더 가까이 들어가면 온도가 너무 높아서 암석과 철로 이루어진 작은 행성들밖에 자랄 수 없을 것이다.
우리의 태양계를 포함해 알려진 모든 행성계의 관측된 특성들을 정확히 재생산 할 수 있는 완벽한 모형을 만들어내는 일은 아직 까마득하다. 사실 그런 모형을 결코 찾지 못할 수도 있다. 예컨대 우리 태양계에서 발견되는 행성들의 특성 중 일부는 오래전에 일어난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우주의 충돌 현상 때문이었다. 만약 태양계가 다시 형성된다면 지구는 어쩌면 달을 갖지 않을지도 모르며, 명왕성은 보다 통상적인 원형에 가까운 궤도를 가질 수도 있다. 이것들은 그저 상황이 그렇게 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매우 달랐을 태양계의 많은 특성 가운데 몇 가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회전하는 원반으로부터 별과 행성이 형성된다는 일반적 이해는 상당히 정착되었다. 또한 성운 가설은 다른 어떤 이론보다도 관측 자료와 잘 일치하는 이론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이 책에서 정설로 간주하는 모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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