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 옛날에는 화성에 생물이 살았을까?
그 해답은 불행히도 우리가 거의 무지한, 생명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진화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달려 있다. 천문학자들은, 지구를 형성하기 위하여 함께 융성하는 생성의 기본 구성 단위인 미행성planetesimal 의 충돌 때문에 초기에 지구에는 생명체가 존재할 수 없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초기의 지구는 용융 상태의 두꺼운 암석층으로 덮여 있었다. 마그마 magma 가 식은 뒤에도 이따금 커다란 미행성들이 충돌하면서 바닷물을 끓게 만들어 그 이전에 이미 생명체가 발생했더라도 유지시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적어도 40억 년 전까지 이런 상황이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약 36억 년 전까지 지구에는 아주 원시적인 미생물이 번창하였고, 이들은 화석으로 남아 있다.(스트로마톨라이트라는 농구공만한 미생물의 군락도 포함된다.) 이와 같은 생명의 초기 형태들은 생화학적으로 모두 적응력이 뛰어났던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여러 종류는 광합성을 함으로써 지구의 산소가 풍부한 기묘한 대기를 만드는 데 조금씩 기여하기 시작했다. 마인츠Mainz 에 있는 막스 플랑크 화학연구소의 시들로브스키Manfred Schidlowski 는 지구 초기의 암석에 함유된 탄소 동위원소의 비율을 연구하였다. 그 결과는 지구에 이미 38억 년 전 생물이 번창했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지구상의 생명의 기원을 논할 때 그 시기에 관한 한 여러 가능성이 두 방향에서 압축된 셈이다. 현재의 지식으로는, 그시간이 1억 년 정도에 불과한 짧은 것으로 보인다. 아폴로 Apollo달 착륙선이 월석을 채취해서 달 구덩이의 나이가 명백하게 밝혀진 뒤인 1973년, 필자는 앞의 압축squeeze 에 대해 처음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나는 초기 지구에서는 생명이 아주 빨리 잉태될 수 있었고, 그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단지 하나의 예를 들어 모든 것을 유추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지만, 비교가 되는 기간 동안 많은 다른 비슷한 곳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 유독 여기서만 일어났다면, 그것은 주목할 만한 환경이었음에 틀림없다. 40억 년에서 38억 년 전 사이, 화성의 상황도 지구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화성 표면에는 태고의 강과 호수, 그리고 예측컨대 수심이 100m가 넘는 바다도 있었다는 증거로 뒤덮여 있다. 40억 년 전의 화성은 지금보다 훨씬 따뜻했고 더 습했다.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해 볼 때, 비록 증명하기는 어렵지만, 태고의 화성은 원시 지구의 경우처럼 생명을 잉태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만일 그러했다면, 화성은 온화한 풍토에서 황폐한 환경으로 변했으므로 생물들은 최후의 피난처 아마도 지열이 얼어붙은 표면을 녹였을 만한 염분이 많은 호수에서 겨우 생명을 부지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대부분의 행성천문학자들은 앞으로 화성에서 고대 생물의 화학적인, 또는 형태학적인 화석을 찾는 작업이 향후 화성 탐사에서 높은 우선 순위를 가질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장기적인 노력이 되겠지만, 현재 화성의 오아시스 안에서 생물을찾는 연구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현재의 유기화학 연구가 태양계를 벗어나서 외계에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분명해졌다. 화성은 포보스Phobos 와 데이모스 Deimos 라는 두 위성을 거느리고 있는데, 두 위성의 표면 색깔이 어둡기 때문에 이들이 유기물질로 이루어졌다고(적어도 표면만이라도 유기물로 덮여 있다고) 생각된다. 포보스와 데이모스는 태양계의 먼 쪽으로부터 화성에 의해 포획된 소행성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진실로, 소행성 가운데는 유기물이 표면을 덮고 있는 여러 종류의 그룹이 대단히 많이 있다고 추측된다. 화성과 목성 사이의 주요 소행성 대기에 있는 C형 및 D형 소행성들, 핼리 혜성과 같은 혜성의 핵, 그리고 새로 발견된 태양계 외곽의 소행성 등이 여기에 속한다. 1986년 유럽 우주기구(ESA)는 지오토Giotto 탐사선을 띄워 핼리 혜성의 핵을 둘러싸고 있는 먼지구름 속으로 진입시켰는데, 혜성 핵의 25% 이상이 유기물로 이루어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결과를 얻었다.
지구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탄화 콘드라이트chondrite 라는 운석은 소행성대에 있는 C형 소행성의 파편일 것으로 생각된다. 이 운석에는 방향족이나 탄화수소의 화합물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유기물 찌꺼기가 포함되어 있다. 과학자들은 운석에 여러 종류의 아미노산(단백질의 기본 구성 단위)과 뉴클레오티드(DNA의 이중나선 구조에서 사다리의 가로장' 에 해당하며 유전 암호를 나타낸다.)
기가 함유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소행성이나 혜성 조각은 초기 지구의 대기에 진입할 때 어마어마하게 많은 양의 유기물 분자를 지닌다. 그 분자의 일부는 운석이 대기권에 진입할 때 발생하는 높은 온도를 견뎌 내어 생명의 기원에 커다란 역할을 했을지도 모른다. 외계에서 일어나는 운석의 충돌 역시, 수분을 포함한 유기물을 줄곧 그곳에 공급하는 역할을 해 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생명을 이루는 화학 물질을 잉태할 수 있기 위해서는 지구에서만큼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은 호수나 작은 돌들 사이에 있는 지하수, 또는 운석의 충돌 때문에 녹은 얼음의 형태로 남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원시 생명을 태동시킬 수 있는 유기화학적 환경을 보여주는 가장 흥미로운 세계의 하나가 토성의 거대한 위성인 타이탄Titan(타이탄은 수성만큼 크다.)이다. 우리는 이 거대한 위성에서 복잡한 유기분자들의 합성을 목격할 수 있다. 타이탄의 대기는 주성분인 질소분자와 함께 10% 미만의 메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대기는 지구보다 무려 10배나 무겁다.
1981년 보이저 Voyager 2호가 타이탄에 접근했을 때 타이탄은 오렌지빛 짙은 안개 속에 묻혀 있기 때문에 표면의 모습을 전혀 볼 수 없었다. 그리고 표면 온도는 94° K (-179℃)로 매우 낮았다. 우리가 타이탄의 밀도(바위의 밀도보다 훨씬 낮음)와 근처에 있는 천체의 화학적 조성에 근거를 두어 판단한다면, 타이탄에는 얼음이나 지하수의 형태로 엄청나게 많은 양의 물이 있어야 한다. 타이탄의 대기에는 소량의 유기분자들(니트릴과 탄화수소류)이 함유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태양에서 오는 자외선, 토성의 자기권에 붙잡힌 하전 입자, 그리고 우주선은 타이탄의 대기에 맹렬하게 충돌하면서 화학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필자와 코넬 대학의 톰프슨 W. Reid Thompson은 자외선 복사가 타이탄의 대기에 미치는 효과를 고려하고 오로라'에서 나타나는 전자의 충돌 현상을 모의실험한 결과, 타이탄에 있는 기체 상태 유기분자의 관측된 존재 비율과 아주 잘 맞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필자와 코넬 대학의 동료인 카레 Bishun N. Khare 는 타이탄 대기의 적정 대기압과 대기 조성에 대해 모의실험을 시도했으며, 실제의 상황을 재현하기 위해서 하전 입자를 쏘였다. 그 결과 그리스어로 '진흙을 의미하는 타이탄 톨린 Titan tholin' 이라고 불리는, 유기물로 된 어두운 빛깔의 고체 덩어리가 만들어졌다. 타이탄 톨린의 광학 상수들을 측정한 결과, 타이탄 안개의 광학 상수와 기가 막히게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다른 물질들은 전혀 맞지 않았다.
유기분자는 타이탄의 상층 대기에서 끊임없이 만들어져 천천히 가라앉는다. 만일 타이탄이 지난 40억 년 동안 이러한 과정을 거쳤다면 타이탄의 표면은 수십에서 수백 m에 이르는 톨린과 유기물질의 층으로 덮여 있을 것이다. 더욱이 톰프슨과 필자는 운석 충돌 때문에 발생한 열로 인해서 태양계의 생성이 일어난 이후 타이탄의 특정 지역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50%라는 계산 결과를 얻었다.
또한 실험실에서 타이탄 톨린과 물을 섞었을 때 아미노산이 생성되었다. 그리고 약간의 뉴클레오티드기, 다환식 polycyclic 방향족 탄화수소, 그리고 다른 화합물들도 섞여 있었다. 만약 지구에서 생명이 태동하는 데 1억 년이 충분하다고 가정하면, 타이탄 에서는 1천 년이면 충분하지 않겠는가? 운석 충돌이 일어난 후 수세기 동안에 타이탄에서 호수 또는 살얼음이 얼어 있는 웅덩이가 생성되었을 때 생명이 태어날 수 있었을까? ESA와 NASA가 공동으로 참가하는 카시니 Cassini 계획은 토성 탐사선을 2004년 쯤 토성에 접근시키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때 지구의 무인 우주선이 최초로 타이탄을 근접 조사하게 될 예정이다. 태양계 밖의 성간 공간으로 눈을 돌리면, 우리는 성간 가스와 성간 먼지에서도 유기화학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인하게 된다. 천문학자들은 특정한 파장 영역에서 흡수 또는 방출되는 초단파를 조사한 결과, 성간에 존재하는 50가지 이상의 단순한 형태의 유기화합물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 가운데는 탄화수소, 아민, 알코올과 니트릴 등이 발견되었고, 이들 중 일부는 HCIN과 같은 긴 직선으로 이루어진 탄소 사슬을 이루고 있었다. 지구와 약간 먼 곳의 적외선원 사이에 성간 먼지가 있을 때 적외선 영역에서 특별히 어떤 파장이 흡수되는지를 조사하면 먼지의 구성 성분을 알아낼 수 있다.
이때 적외선 스펙트럼에서 흡수선이 나타나는 부분은 대체로 콜타르coal tar에 함유된 화합물과 유사한, 복잡한 탄화수소인 다환식 방향족 유기물에 의한 흡수에 의한 것이라는 데에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3.4미크론 주변의 적외선 스펙트럼 부분에서는 세 개의 뚜렷한 흡수선이 나타난다. 이러한 동일한 특성은 혜성의 스펙트럼, 탄화수소류의 얼음으로부터 형성된 톨린, 그리고 운석의 유기물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이러한 흡수선은 탄소와 수소로 이루어진 지방성 화합물(-CH와 CHL)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으로 생각된다. NASA의 에임스 Ames 연구소에 있는 펜들턴 Yvonne Pendleton 과 그녀의 동료들은 이 스펙트럼이 운석에 있는 유기물의 스펙트럼 특성과 가장 잘 맞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혜성, 소행성, 그리고 성간 구름 사이에서 동일한 적외선 스펙트럼 특성이 나타나는 것은, 원시 태양계에서 모든 물질이 응집되기 이전에 성간 먼지 안에서 비롯된 유기물질을 혜성과 소행성이 갖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직접적인 첫 증거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우리는 이 데이터를 이와 상반되는 해석에도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그것은 태양 성운에서 형성된 유기분자들이 응집되어 혜성과 소행성이 만들어졌고, 일부는 원시 태양으로부터 분출된 것이라는 시나리오이다.
만약 1조 개의 다른 별들이 태양과 똑같은 과정을 경험한다면, 현재 우리 은하에서 발견되는 유기물의 상당 부분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외곽의 태양계 최외곽 행성보다 훨씬 먼 거리에서 오는 혜성, 성간 먼지에서 특히 유기물이 많이 발견되는 것은 생명의 기원과 관계 있는 유기물이 우리 은하 전체에 걸쳐 넓게 분포한다는 점을 제시하는 강력한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자외선과 우주선에 노출되어 건조할 대로 건조해진 성간 먼지에 함유된 유기분자에 생명의 싹이 살아 있으리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 듯싶다. 생명을 잉태하는 데는 물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며, 이 요구 조건은 곧 행성의 존재와 직결된다. 천문학자들의 관측에 따르면, 행성계는 상대적으로 흔하게 발견된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별들 가운데 태양 질량과 비슷한 젊은 별들의 상당수는 기체와 먼지로 이루어진 원반에 둘러싸여 있다. 이러한 원반의 존재는 칸트 Immanuel Kant, 라플라스Pierre-Simon de Laplace 등의 태양계 기원론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별 주위에 있는 원반의 존재는 아직 간접적이기는 하지만, 우주에 행성을 가진 별들이 많이 있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로 생각된다. 그리고 그 많은 행성 가운데는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 몇 개 있을지도 모른다.
카네기 연구소의 웨서릴 George W. Wetherill은 별 주위에 있는 원반에서 형성된 행성들이 공간적으로 어떻게 분포할 것인지를 예측하기 위하여 상세한 모델을 세웠다. 비슷한 시기에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의 캐스팅 James F. Kasting 은 가상의 행성들이 모항성으로부터 얼마만큼의 거리 범위에 있을 때 액체 상태의 물을 함유할 수 있는지를 자세히 계산했다. 이 두 계산 결과 전형적인 행성계에서는, 물을 함유할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 한 개 또는 두 개 정도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최근에 캐스팅과 함께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에 있는 울즈크잔Alexander Wolszczan 은 대부분의 천문학자들이 기대하지 않는 위치에서 지구와 비슷한 행성을 발견했다. 이 별은 초신성 폭발 후에 형성된 중성자별이 빠른 속도로 자전하는 펄서인 것이다. 이 펄서의 이름은 PSR B1257 +12인데, 울즈크잔은 이 펄서로부터 나오는 전파 방출선의 시간에 따르는 변화를 관측한 결과 이 별이 세 개의 행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 냈다.(아직까지는 A, B, C라 불린다.)
이 행성들은 지구-태양 간의 거리보다 PSR B1257 +12에 더 가까우며, 이 펄서는 태양의 전자기 복사의 몇 배에 해당하는 많은 양의 에너지를 하전 입자로 방출하고 있다. 만일 펄서에서 방출되는 에너지가 모두 열로 변환되어 세 행성에 흡수된다면 분명히 A, B, C는 생명을 갖기에는 너무 뜨거울 것이다. 그러나 울즈크잔은 펄서로부터 훨씬 멀리 있는 제4의 행성의 존재를 암시할지도 모르는 관측 결과를 얻었다. 우리는 모두 지구로부터 1천4백 광년 떨어진 곳에 (우리의 생각이 단지 피상적일 뿐이지만) 생명이 있는 행성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잘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초신성이 폭발하기 이전부터 행성이 존재해 왔는지, 아니면 폭발 후에 초신성 잔해로부터 형성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후자가 더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어떤 것이 해답이든 간에 행성의 형성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흔하고 광범위한 현상이다.
현재 태양계와 비슷한 초기 행성계에 대한 탐색이 무수히 시도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이 연구와 관련된 새로운 기술의 도입과 기술의 발전 속도는 눈부시게 빠르다. 따라서 아마도 향후 20~30년 안에 천문학자들은 가까운 별들 주위에 있는 행성에 대하여 상당히 많은 양의 자료를 확보할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주에는 우리처럼 액체 상태의 물이 풍부한 세계가 많고, 또한 이들이 복잡한 유기물을 가지고 있으리라 믿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태양과 같은 별들 주위를 공전하는 이러한 행성들은 수십억 년 동안 생명이 발생해서 진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 은하에는 이러한 각양각색의 행성들이 엄청나게 많이 존재하지 않을까? 과학자들은 이러한 표현의 강도에 관한 한 이견이 많다. 그러나 이론과 실제 발견 사이에는 더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 앞에는 이제 저 기념비적인 발견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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